상품이 남아 있는 한 필요하신 고객분께 전해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금 없는 것에 대해 생각할 때가 아니다. 지금 있는 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할 때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어제는 배송을 오던 차량이 매장에서 불과 500m 떨어진 곳에서 경찰의 검문을 받고 이쪽으로 진입하지 못한다는 명령을 받고 호치민으로 돌아갔다고 하더니 오늘은 아예 2주간 배송을 못 한다는 연락이 왔다. 호치민시는 다음 주부터 2주간 24시간 완전 봉쇄를 진행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해 5만명의 군인이 통제를 담당한다는 이야기도 들려 왔다. 또 한 협력업체의 직원은 내게 친절하게도(?) 많은 시민이 포대에 담겨 트럭에 마치 짐짝처럼 얹혀지는 동영상도 보내 왔는데 이를 보면서 불안이 나를 덮친다는 느낌을 받았다. 호치민에 있는 친구와 함께 지내던 오 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우선 급히 가까운 상점이나 마트에 가서 최소한 2주간의 비상 식량을 사다 놓으라고 하고 우리 공감 매장을 둘러 보았다. 라면도 컵라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오늘 배송이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는데 만약 어제처럼 또 검문에 막혀 못 들어 온다면?’라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조금 후 내일 오기로 한 소주 배송 차량이 매장에 도착했고, 창고에 소주를 넣으면서 ‘아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라면. 참치캔, 음료, 스넥 등의 소위 비상식량들의 배송 차량이 매장에 도착했을 땐 정말 행복하고 뭔가를 다 가진 느낌마저 들었다.
호치민시에 대한 봉쇄 조치에 대한 소문들이 알려 지면 이 푸미 지역의 한국 교민들이 비상 식량을 위해 매장을 찾을 것인데 상품을 공급하지 못하게 된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배송차량에 가득 찬 물품들을 보고 Extra 매장에 옮겨 놓으면서도 이번처럼 행복하고 무겁다는 생각 없이 옮겨 놓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배송 받은 상품들을 매니저와 둘이서 바삐 진열하는 중간에 한 고객이 매장 안으로 들어 오셨다. 호치민의 상황을 전해 듣고 오셨는지 봉지라면과 컵라면을 위주로 바구니에 담기 시작하셨다.
“상황 듣고 오셨나 봐요. 비상식량 챙기시네요” 라고 말씀 드리니 “걱정입니다. 그래도 여긴 이 매장이라도 있고 매장을 열어 주고 계셔서 정말 다행입니다”라고 하신다. 얼마나 고마우신 말씀인가! 계산을 마치신 후 박스가 무거워 일부러 들고 차량에 실어 드리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그 사장님께서 다시 한 번 말씀을 하신다. “사장님이 여기 매장을 만들고 이렇게 물건을 팔아 주고 계시니 우리는 좋고 사장님은 돈을 벌 수 있으니 우리 모두에게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배웅을 해 드리고 매장으로 돌아와 앉아 있는데 zalo 메시지가 왔다. “사장님 안녕하시죠? 호치민시는 이제 완전한 락다운.. 마트도 문닫구요ㅠ 공감매장은 어떠세요?” 라고 온 메시지에 “아직은 운영중입니다. 언제 어떻게 될 지는...” “어떻게 해서든 상품이 남아 있는 한 필요하신 고객분께 전해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ㅎㅎ”라고 답변을 보내 드렸다. “호호 주말에 또 가야겠어요. 감사합니다!” 라고 다시 답변이 왔다
이제는 ‘나를 위해서’ ‘당신을 위해서’ 걱정을 해 주는 것이 아닌 서로가 서로를 걱정해 주면서 함께 공감하고 챙겨가는 모습이 되어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7시가 넘으면 공안들이 도로위로 다니는 오토바이를 붙잡고 검문을 강화하고 있는 상태라 6시가 되기도 전에 매니저를 집으로 돌려 보냈다. 오토바이 면허증을 또 뺏기기라도 하면 직원도 개인적으로 힘들어 지고 매장도 혼자서 2주를 더 운영하여야 할 처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매니저가 오토바이를 타고 떠나자 마자 퇴근을 한 한국 교민들이 몰려 들어 오기 시작했다. 그 중 한 분은 “저기 큰 도로에 공안들 깔렸던데 여긴 괜찮아요?”라고 물으시곤 회사차량을 도로에 있는 공안들이 직접 보이지 않는 쪽으로 약간 이동시켜 주었다. 사람들이 몰려 있자 “빨리 계산하고 나가 줍시다. 사람들 몰려 있는 것 보면 달려와 또 무슨 소리를 할 지 모르니” 라고 하시며 매장을 떠나 주시는 분도 있었다. 이마와 목덜미에는 땀이 삐질 삐질 흘러 내리고 있었지만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생각으로 물건을 담아드렸다.
그렇게 두 시간 정도가 지나자 고객들은 썰물 빠지듯 사라졌고, 상품 전시대에 구멍이 뻥뻥 뚫린 듯이 빠진 상품들을 다시 채워 놓고 나자 매장 문을 닫을 시간이 되었다. 불안한 마음으로 시작한 오늘 하루, 하지만 상품 배송을 챙겨준 후배 덕분에 곳간은 채워졌고, 도움이 필요한 고객들께 전달해 줄 수 있는 상품을 늘어 놓고 나니 정말 행복한 하루였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고객님께 보냈던 메시지처럼 어떻게 해서든 상품이 남아 있는 한 필요하신 고객분께 전해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