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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해 폭죽 이야기
    베트남 일상 2024. 2. 4. 13:38

      설 새해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저녁에는 가끔식 폭죽이 터지는 소리가 들리곤 한다. 베트남에서도 몇 번의 새해 폭죽행사를 보긴 했지만 중국에 비교할 바가 되질 않는다. 폭죽을 생각하다 2017년 천진에서 새해를 맞고 쓴 일기를 열어 보았다. 

     

      오후 6시가 되니 쇼핑몰이 문을 닫았다. 놀라운 사실은 슈퍼마켓마저 벌써감치 문을 닫고 있었던 것이다. 집에 들어와 보니 6 30. 한 해의 마지막 날.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이 다시 한 번 생각났다. '정말 시내도 이렇게 사람들이 없을까?' 폭죽을 터트리면 사람들이 다 보러 나오지 않을까? 시내에는 사람들이 너무 너무 많을 것만 같아 눈으로 보지 않고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컵라면을 간단히 먹고 시내로 무작정 나가 보기로 했다. 지하철에 타면서부터 느끼는 점은 '내가 죽은 도시에 혼자 남겨진 것이 아닌가' 하는착각이었다.

    썰렁한 한 해 그믐날 저녁 천진 광장

      천진역에서 내려 고문화거리를 향해 걸어갈 작정이었다. 8시도 되지 않았는데 천진역 구내의 스타박스 커피점마저도 문을 닫아 구내에는 문을 연 상점이 없었다. 구내를 빠져나와 무작정 걸었다. 강가를 따라 걸어 고문화거리쪽을 찾아가기로 했다. 정말 거리에 이렇게 사람이 없을 줄이야. 관광객들도 모두 잡귀가 무서워 호텔이나 숙소안으로 들어가 있는 것인지조금은 무섭기까지 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자전거를 타고 강주변 도로를 운동삼아 돌고 계시는 것이 인기척의 전부였다. 그 때였다. 강의 건너편 아파트단지에서 대형 폭죽이 터지기 시작했다.

      한국이나 베트남에서 신년이나 대형행사에서나 일어날 듯한 화려하고 강한 폭죽이 터지고 여기저기서 폭죽소리가 넘쳐나기 시작했다. 9시쯤 되었을까? 아이들한테서 카톡 전화가 왔다. “재현아 지금 중국에 전쟁났어. 어떻하지? 소리 들려? ”우드드드, , , .…“아빠 어떡해요? 우리한테 못 오면……” 걱정스런 목소리가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그 녀석이 벌써 고 2학년 학생이라니. 와이프가 폭죽 설명을 해주는 소리가 들린다. 중국사람들 귀신 쫒아낸다고 그뭄날에 폭죽 터드린다고…그제서야 “아빠 절 그렇게 속이고 장난치면 어떡해요? 걱정했잖아요…” 귀엽고 사랑스러운 우리 딸. 나도 '정말 전쟁나는게 이런거구나' 싶었다.

     

      중국에선 왜 그뭄날에 이렇게 시끄럽게 폭죽을 터트리는 것일까? 신문기사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었다.

     먼 옛날 깊은 산속에 '()'이라는 괴수가 살고 있었다. 뿔이 하나 달린 괴수 ''은 매년 섣달 그믐날이면 마을에 내려와 사람을 잡아 먹어치웠다. 공포에 질려 살기를 수 해. 우연히 마을사람들은 괴수 ''이 불빛, 큰 소리, 붉은 색을 무서워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사람들은 ''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섣달 그믐날이 되면 붉은 색 옷을 입고 홍등을 달았으며 붉은종이를 벽에 붙이고 시끄러운 폭죽을 쏘아 올렸다. 그리고는 집안에서 향을 피우고 기도하며 밤을 지새웠다. 이튿날인 새해아침에는 집집마다 문을 열고 서로의 평안 무사를 축하하고 새해인사를 나눴다. 중국의 춘제 (春節, )에 얽힌 전설이다지금도 중국인들은 춘제기간에 붉은 색 새해 장식물을 잔뜩 달고, 붉은 색 의상을 입고는 가족들과 모여 만두를 빚어먹고폭죽을 쏘아 올린다. 그리고 정월 초하루에는 여전히 세배를 한다.  

                                                                                                          [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2017-01-30 ]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조금 쉬다보니 12시가 되어 옷을 주섬주섬 입고 도로로 나가 보았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데 어디서 폭죽을 터트리는 것일까? 꼭 찾아 보기로 결심하고소리를 쫒아 다녔다. 결국 오줌쟁이들을 발견했다. 아파트의 출입구앞에  3~4명의 어른들이 모여 번갈아 가며 폭죽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그렇게 여기저기서 귀신을 쫒아내고 있었다.

      30분쯤 지나서야 아파트로 돌아 가려는데 도로 한켠에 오토바이 무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터져 널부러져 있는 폭죽 잔해들을 치우기 위해 대기하고 계시는 미화원분들이셨다. 그 분들도 그저 담담히 높이 올라 터지는 폭죽을 즐기고 계시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난 1년 외박을 하면서 중국에서 새해를 맞았다.

     

      베트남도 이 연유로 매년 그뭄이 되면 폭죽 소리가 그치질 않는다. 폭죽 이야기를 다시 보고 나니 하일랜드 커피 매장의 외부 인테리어가 이해가 된다.

    하일랜드 커피숍의 설 내외부 인테리어

    올 해는 어떤 모습일 지 사뭇 기다려진다. 한국에선 바로 옆에서 보기 힘든 장면들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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