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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는 똥집이 좋다 하시며 똥집만 드셨는데...
    베트남 일상 2024. 3. 31. 23:23

      갑자기 치킨이 먹고 싶어졌다. 오래간만에 롯데리아에 가서 value 세트를 시키려다가 치킨 3조각 포장을 주문하였다. 이전에 공감 매장에서 근무를 했던 직원인데 매일 나를 볼 때 마다 "Hello Mr.Han"이라 인사하며 웃어주는 친구이다. 치킨은 이미 요리된 것이 있는 상태여서 데크에서 치킨을 고르더니 박스에 넣어 재빨리 내 손에 쥐어 주었다. 고맙다는 마음을 갖고 매장으로 돌아와 박스를 열고 보니 세 조각이 모두 가슴살이었다. '아.... 난 날개를 좋아 하는데. 이 푸석푸석한 가슴살만 넣어 주다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가서 바꿔 달라 하기도 그렇고 일부러 빨리 챙겨 주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 그냥 먹기로 했다.

     치킨을 먹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숙소에 있으면서, 관리하던 롯데리아 매니저들에게 치킨과 햄버거 세트의 배달을  주문하면 치킨은 대부분이 가슴살이고 날개는 거의 없었다. 그런 걸 가지고 매니저들에게 난 날개를 달라고 말하기도 그렇고 해서 한 번도 얘기를 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롯데리아 KNG Mall 매장 전경

     치킨을 먹고 매장에 둘러보는 척 한 번 들어가 치킨 푸드워머를 살펴 보았다. 치킨 가슴살 부분이 날개나 다리 부분 보다는 1.5배는 커 보인다. 그 직원은 무슨 일이 있는가 물어보았지만, 빙그레 웃으며 "khong sao - 아무 것도 아니라"고 말하곤 고마운 마음을 갖고 매장을 나왔다. '일부러 양이 많은 것을 골라서 넣어 준 것이다' 이전에 매니저들은 책 잡히지 않으려고 치킨은 새로 튀겨서 제일 푸짐한 부분을, 햄버거는 양상추도 더 많이 넣어서 새로 보냈을 것이다. 어찌 보면 이 친구의 마음 씀씀이가 더 고마운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니 세 조각 먹은 치킨에 배가 너무 부르고 푸근하다.

     

      어렸을 적에 아버지가 치킨을 사 오신 날엔 어머니는 "나는 똥집이 제일 맛있다"라며 똥집을 손에 쥐시고 그 다음엔 목 부분을 들고 드셨던 것을 기억한다. 지금에야 치킨을 시켜도 똥집은 아예 들어 있지도 않지만... 요즘 치킨을 시켜 먹게 되는 경우엔 내가 먼저 난 목 부분이 맛있다고 하면서 그것을 먼저 먹어 치운다. 치킨이 얼마 남지 않으면 어머니는 배가 부르다면서 남겨서 식으면 맛 없으니 너 먹으라면서 박스를 내 쪽으로 미신다. 그럼 난 "저도 배불러요. 남기면 버리게 될텐데... 전 정말 이제 못 먹을 정도로 배가 부르니 엄마 드세요. 아니면 놔 두세요"라고 하면 그제서야 한 조각을 더 쥐어 드신다.

     

      치킨이 먹고 싶었던 것도, 착한 직원의 마음을 읽고, 엄마 생각이 나게 하려고 그랬나보다. 이쁜 직원이다. 내일 아침엔 어머님께 전화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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