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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든 사람은 몰라도 난 사람은 안다고...
    베트남 일상 2024. 3. 31. 18:44

      심훈의 상록수에 나오는 글귀이다. 

     

      영신은 그 생기 없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듣기 싫은데, 든 사람은 몰라도 난 사람은 안다고, 이가 빠진 듯이 띄엄띄엄 벌려 앉은 교실 한 귀퉁이가 빈 것을 보지 않으려고 유리창 밖으로 눈을 돌렸다."누구든지 학교에 오너라."창 밖을 내다보던 영신은 다시금 콧마루가 시큰해졌다. 예배당을 두른 야트막한 담에는 쫓겨나간 아이들이 머리만 내밀고 족 매달려서, 담 안을 넘어다보고 있지 않는가! 고목이 된 뽕나무 가지에 닥지닥지 열린 것은 틀림없는 사람의 열매다. 그중에도 키가 작은 계집애들은 나무에고 기어오르지 못하고 땅바닥에 주저앉아서 홀짝거리고 울기만 한다.영신은 창문을 열어 젖혔다.

     

      지난 금요일 저녁 약 4년간 우리 돈치킨, 공감, 행차 매장을 찾아 주시던 어르신께서 한국으로 복귀하셨다. 하필 한국에서 손님이 들어와서 중요한 미팅을 주선해야 하기 때문에 금요일 저녁에 환송도 해 드리질 못했다. 전 날 이 지역의 지인분들과 저녁을 함께 하고, 현지 가라오케에서 아쉬움을 달래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그 분의 호텔방이다. 이유는 알 듯 모를 듯 하다. 아침에 같이 나와 출근하시는 것을 마지막으로 보고 난 숙소로 돌아와 옷을 갈아 입고 바로 호치민으로 향했다. 저녁에도 호치민에서 메시지로 감사드린다고, "곧 다시 돌아오실거라고"고 메시지를 보내 드린 게 전부이다. 

     

      어제 오후에 호치민에서 돌아와 공감 매장에 있는데 행차 매장에 자꾸 신경이 쓰여 밖을 내다보곤 한다.

      '아... 이젠 안 오시는구나' 

      

      이 곳 베트남이 고향이 아닌데... 가족들이 한국에 있는데... 나도 한국으로, 가족들에게로 가야 하는데...

      이전에 많이 보아 왔던 출장자나 지인들의 방문 이후 한국으로 돌아가는 공항에서 느끼는 감정들은 '아.. 나는 언제 저렇게 한국으로 돌아갈까?' '나도 지금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가 타고 싶다'  그 사람들이 부럽기도 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느낌이 다르다. 여기에서 나가는 사람들이 단순히 잠시 같이 있던 사람들이 돌아 가는 것이 아닌 내 마음 내부의 뭔가가 빠지는 듯한 느낌이랄까?

      든 사람은 몰라도 난 사람은 안다고... 그 분이 가시고 나니 뭔가 빈 것 같은 쓰린 마음이 들어 풀이 죽어 있다가 갑자기 놀라운 생각이 든다. '우리 가족들이 이제 나를 난 사람으로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코로나 때는 어쩔 수 없었다고나 할텐데... 그 전엔 그래도 일년에 두 번 정도는 찾아 뵙고 가족들과 여행도 다녀오곤 했는데....

      지금 힘들다는 것이야 모두들 아는 일이지만, 마음에서 그런 느낌마저 희미해진다면??

      오늘 저녁엔 아이들과 화상통화라도 한 번 해야겠다. 사람이 눈에서 마음에서 들고 나는 게 이렇게 무서운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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