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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당한 거지들의 매장 출입. 거지들에 관대한 베트남 시민들
    베트남 사람 이야기 2024. 1. 7. 10:54

      2004년 처음 베트남에 왔을 때, 한국의 명동과 같은 호치민의 메인 관광지의 하나인 동커이 거리에는 베트남 전쟁중 팔 다리를 잃은 사람들이나 어린 아이를 품에 앉고 거리에 앉아 구걸을 하는 거지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한 순간에 그 많던 거지들이 거리에서 사라졌다. 누군가의 말에 의하면 저녁 늦게 두 번에 걸쳐 트럭들이 몰려와 그런 사람들을 싣고 가 버렸는데 그 다음부터는 거지들이 얼씬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또 한 번 사회주의 국가의 막강 권력에 움찔하기도 했다. 그 이후로 정말 호치민에서는 거지들을 거의 보지 못한 것 같다.

      이 곳 푸미는 중소도시라고 할 수 있다. 처음 롯데리아 매장에 둘러보다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고객들이 음식을 드시고 있는데 신발도 신지 않고 때가 꼬장꼬장한 얼굴을 한 꼬마들이 시커먼 손에 베트남 로또 복권을 고객들에게 불쑥 내미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더욱 놀라운 장면은 매장내에 있던 롯데리아 직원들도 아무렇지 않게 그 거지들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었고, 음식을 먹고 있던 손님들도 아무런 불쾌감이 없이 안 산다고 말하고 말거나 심지어는 그 복권을 사려고 고르는 손님도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매장을 방문하다 그 아이들을 보면 여기서 이러면 안 된다며 쫒아 냈지만 그 때 뿐이었다. 심지어 어느 날은 그 아이들이 매장 장쇼파에 누워 낮잠을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매니저를 불러 네가 만약 고객이면 저런 더러운 아이들이 저렇게 왔다갔다 하고 심지어 누워 있는데 여기서 햄버거를 먹고 싶겠냐?”며 호통을 쳤다. 얼마 후부터 내가 나타나면 그 아이들은 내 눈치를 보고 저리로 물러나고, 직원들도 어쩌지도 못하고 머뭇거리기만 한다. 만약 내가 없으면 또 그대로일 것이 뻔한 노릇이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KNG Mall의 하일랜드 커피숍과 돈치킨, 공감 매장에도 원정 구걸을 나오기 시작했다. 돈치킨 매장안으로는 절대 들어 오지 못하도록 매니저와 직원 교육을 시켜서 안으로 들어 올 엄두는 못 내고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고객이나, 담배를 피우러 밖에 나온 고객들에게 구걸과 복권 판매를 계속 하고 있다.

      처음에는 매장안으로 거지들이나 잡상인들이 들어 오는 것을 보고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그들을 대하는 고객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 생각이 잘못 된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예를 들어 베트남 현지 식당에서 회식을 하다 보면 바구니에 과일과 과자 봉지를 들고 와 고객들에게 판매를 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고, 주인이나 직원들도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는 것이었다. ‘가진 자가 없는 자를 돕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심지어 파티에라도 가는 듯 이쁘게 차려입은 아가씨가 길거리의 횡단보도에 자리를 깔고 앉아 있는 거지에게 다가가 오토바이를 세우고 지갑에서 돈을 꺼내 모자에 돈을 넣고 가는 것을 본 적도 있다. 한국 같았으면 그렇게 입은 거지가 옆에 오는 것도 질색을 하고 아예 쳐다보려고 하지도 않았을 텐데.

     

      요 며칠 사이 꼬마 거지들은 당당하게 공감 매장에 들어와 아이스크림을 집어 들고 돈을 지불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우리 매니저에게 잔돈 환전이 필요하냐고 물어보고 구걸해 받은 잔돈을 바꿔가곤 한다내 눈에는 그저 거지로만 보이는 사람들이, 그들에 눈엔 챙겨주어야 할 존재로 보이는 것 같아 내 생각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지금 나로서는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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