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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짜 생방송에도 잠 못 이룬 밤
    베트남 일상 2024. 1. 31. 13:15

    한국 사우디전 생방송이라고 거짓 방송중인 한 유튜브 캡쳐

       베트남에선 인터넷 방송을 따로 설치하지 않으면 이 경기를 볼 수 없다. 매장에 인터넷방송이 가능하긴 하지만 현지 시간 11시에 시작하는 경기를 보기 위해 혼자 남아 1시까지 경기를 보기엔 무리가 있다.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간단히 정리를 하고 나니 경기가 시작할 시간이었다. 유튜브를 틀어 '혹시 생중계를 볼 수 있는 채널이 있을까?' 하고 검색창에 '한국 사우디전'을 치니 여러 채널이 나왔지만 한국방송의 대부분은 경기장면은 없이 사람들이 나와 해설을 하는 채널들이 대부분이다. 그것도 유선방송에서 경기 중계를 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와 상관없는 선수 얘기나 입담이나 오버된 소리와 행동들로 가득한, 그런 것들이었다.  

       그러던 중 한국 사우디전 생중계라는 타이틀 들이 있어 들어가 보니 직접 중계가 아닌 AI로 그래픽화 된 경기를 보여 주고 있었다. 중계권 문제로 직접 화면 전송은 못하고 한 번 걸러 그래픽으로 방송하면서 중계는 하는 듯 하여 채널을 고정시켰다. 아랍계 언어인 듯한 중계자의 소리가 들리고 경기는 진짜처럼 움직이는 듯하다. 옆의 창에는 '진짜?' '가짜' '낚인거야' 등등의 글들이 수도없이 올라가고 있었지만, 난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영화를 소개하는 채널을 보면서 가끔 생중계 라는 사이트에 들어가 점수를 확인하곤 했다.

      전반전 마지막에 갑자기 해설자의 소리가 커지는 것을 느껴 화면을 돌리니 사우디가 선취골을 넣은 것이었다. 하지만 확실히 어떻게 넣었는지도 모른다. 결국 한 해설자가 그나마 차분하게 경기 중계를 하는 채널을 찾아 고정을 시켜 놓고 영화 다시보기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전반을 마치고 후반이 모두 별다른 진전은 없어 보였다. 경기가 끝나겠구나 싶을 때였다. 갑자기 해설자의 커진 목청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마지막 추가시간에 조규성이 헤더로 골을 넣어 경기를 원점으로 만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골이 들어간 상태에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음' 화면을 들어가니 아직도 0:1로 기록되어 있었다. 인터넷 시간차인지 아니면 진짜 낚이고 있는 건지도 의심스러웠다. 얼마 지나가서야 '다음'화면에서도 1:1로 기록이 바뀌어 있었고, 진짜 골을 넣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장에 돌입하였지만 난 그저 해설 중계를 들으며 경기를 지켜 들어야 했다. 

      연장전에 들어서는 한 번 AI채널을 틀었는데 순간 한국이 역전을 하여 2:1이 되는 장면이 나왔다. 해설중계로 넘겨 보니 평온한 상태였고, '다음' 사이트도 1:1 연장 돌입' 라는 메시지만 있고 분위기는 모두 평온했다. 나만 정신없이 이 채널 저 채널을 넘겨 보면서 분주한 것 같다. 실제 경기는 하나도 못 보면서. 그래도 그래픽 선수들이 나오는 채널에서 역전의 화면을 보았고 웬지 모를 승리를 자신할 수 있었다. 

      승부차기!! 짧게 짧게 진행되는 것이었기에 해설을 듣곤 대한민국의 승리에 기뻐하였다. 결국 이겼구나. 

     

     거실을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 생각으로 침대에 누워 시간을 보니 벌써 2시가 넘었다. 누워 유투브를 트니 이제 진짜 경기들의 하이라이트 등이 마구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렇게 10여분 짜리 몇 편을 보다 보니 3시가 되어 버렸다. 진짜 중계도 아닌 걸, 화면도 없는 걸 3시간 이상 들으며 대한민국 경기의 승리를 기대했던 것은 무엇 때문일까? '다음 경기도 그렇게 늦게 시작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 잠이 든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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