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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섭이 행복을 주는 생활베트남 사람 이야기 2024. 4. 7. 11:11
아침 샤워를 위해 욕실에 들어섰는데 띵동 메시지 알림소리가 들린다. 또 일상적인 광고 메시지이겠거니 하면서도 내용을 확인하려 모바일을 열었다. "Han ơi! Chị Dung mời hôm nay ăn phở nhé, giờ đi ghé vô đó luôn nhé" 라는 메시지가 떠 있었고, 고맙게도 한글로 번역된 메시지가 밑에 따라왔다. "안녕 한! 오늘은 Dung 씨가 나를 쌀국수 먹으러 초대했습니다. 이제 쌀국수 식당에 들르자" 아침에 KNG Mall 광장에서 운동을 하시는 아주머니들 중 한 분의 메시지이다.
샤워도 해야하고, 어제 저녁 먹은 그릇도 씻고, 잠을 자는 동안 열심히 물속에서 돌림빵을 당했을 옷가지들도 널어 놓고 나가야 하는데... 전에 Dung 아주머니가 이번 주 일요일에 쌀국수를 사기로 했으니 일로 호치민에 가지 않으면 아침 같이 먹자 했던 말씀이 떠올랐다. 메시지를 보낸 Hoa와 Dung, 두 아주머니는 아침 운동을 하는 그룹내에서 서로 파워경쟁을 하는 사이이다. 아마 오늘 내가 그곳에 가지 않으면 내일 아침 Dung 아주머니는 나를 쬐려 보고 베트남어로 알아듣지도 못할 말을 막 하면서 핀잔을 줄지도 모른다. 비누칠 없이 간단히 물로 샤워를 하면서 잠을 깨우곤, 후다닥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세탁기의 옷을 널고는 쌀국수 가게를 향해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새로 오픈한 쌀국수 가게.... 쇠고기 포 라는 글귀가 우습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지? 쌀국수도 내가 먹고 싶은 곳에서 천천히 먹으면 될 것을' '아침 시간마저 쫒기듯 움직여야 하는 이유가 뭘까?' 아주머니들만 모여 앉아 있는 곳에 젊은(?) 남자녀석 하나가, 그것도 외국인이 끼여 몇 마디 말도 하지 못하면서 쌀국수를 먹고 있는 모양새를 생각하니 '꼴 사납다'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론 누군가가 나를 생각해주고 챙겨주려 한다는 생각에 므흣한 미소가 생긴다.
도착을 해 보니 8명의 아주머니가 앉아 있는데 벌써 식사가 끝나가고 있었다. 모두들 드신 것 같은데 그냥 가시자고 하자 빨리 앉으라며 식당 직원을 불러 쌀국수를 빨리 가져오라고 한다. 못 이기는 사람들이다. 우리 어머니, 아버지 처럼. 하라면 해야하는 그런 사이인 것이다. 고등학생 시절 아침을 먹다가 다 먹기가 싫어 일어나려 하자 엄마는 "지각해도 되니 다 먹고 가야한다"시며 앉으라고 하셨다. 그 땐 반항해 보지도 못하고 그릇을 다 비우고서야 식탁에서 일어나 학교로 향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마지막 남은 한 조각의 치킨을 '남기면 버린다'며 나 먹으라고 앞으로 밀어 놓으셔도 '그럼 버리죠. 저 더 못 먹으니 엄마 드세요'라며 다시 어머님께 넘길 정도로 반항아로 커 버렸지만 그래도 엄마의 간섭과 배려가 고맙고 그립다. 가족들과도 떨어져 생활하고 있는 지금. 나를 간섭하고 행동을 제약할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슴에 감사해야겠다. 잘 알아 듣지도 못하는 8명의 잡담을 들으며, 혼자 먹고 있는 나를 쳐다보는 눈들을 느끼며 그래도 행복한 쌀국수 한 그릇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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