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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상황에서 진정한 사람이 보인다.베트남 개괄 2024. 1. 10. 09:15
이 달 들어 호치민시를 중심으로 남부지역에 코로나 확진자가 급속히 증가하였고, 월 초부터 시작된 호치민시의 도시 봉쇄 조치에도 불구하고 동나이 성, 빈증성, 붕따우 시 등으로 퍼져 나가는 양상을 보이자, 이 곳 푸미도 오늘부터 지역 봉쇄에 들어간다는 발표가 있었다.
공감 매장 같은 편의점이나 롯데리아, 돈치킨 같은 음식점은 전과 같이 영업은 계속 가능하였으나, 포장 및 배달만 가능한 상태이다. 게다가 규제 조치가 강화되어 출퇴근시 모든 직원은 회사에서 발급한 출퇴근 확인서를 소지해야만 한다. 또한 배송을 하는 직원들은 코로나 검사후 음성확인서를 반드시 소지하고 다녀야 하며, 이것이 위반되는 경우 3백만동(약 1만 5천원) 정도의 벌칙금이 부과된다. 공감 매장는 편의점 단독 매장이라 운영이가 가능하지만 공감 Extra 매장은 일반 팬시매장인 MUMUSO는 매장 영업을 중단하여야 한다. 그래서 이 매장의 상품들을 대부분 공감 매장으로 옮기고 Extra 매장은 임시 휴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다보니 매니저 3명과 직원 4명 총 7명의 직원이 매일 근무를 해야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고, 매니저의 로테이션 휴무와 직원들의 근무 시간 조정을 지시하였다. 그런데 한 여직원은 발병 의심자가 다녀간 야채 전문점을 방문한 적이 있다며 자기와 회사 직원들의 안녕을 위해 2주간 자기 집에서 자가 격리를 하겠다고 말했다. 또 한 명은 2살배기 아이가 있는데 가족의 안전을 위해 못 나오겠다고 한다. 어제 세 명의 매니저와 2명의 직원이 오늘 근무를 하겠다고 했는데, 아침에 나를 픽업해서 매장에 같이 오기로 한 매니저가 전화기도 꺼 놓고 메시지도 안 보고 안 오는 것이었다. 롯데리아의 점장과 아침에 매장 운영에 대한 미팅을 하기로 한 터라 온 김에 나를 매장에 데려다 달라 해서 오전에 혼자 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직원들로부터 한 명 두 명 메시지가 오기 시작했다. 여자 매니저에게 온 메시지는 집에서 매장까지가 먼데 중간에 검열하는 곳이 많아 위험하고 부모님이 이 기간 동안 외부 출입을 하지 말라고 하셨다는 메시지였다. ‘그래 안전이 중요하지. 안 된다고, 오라고 한다고 올 사람도 아니고’ 라는 생각에 그렇게 하라고 답변을 보냈다. 조금 후 또 다른 매니저에게 연락이 왔는데 오늘은 첫 날이고 분위기를 봐야 할 것 같다며, 자기자신이 너무 겁이 난다는 메시지였다. 그래서 ‘오늘 집에서 쉬고 상황을 보자’고 회신을 하였다. 그런데 아침에 같이 출근하기로 한 최고참 매니저가 메시지가 와서 ‘자기가 안 좋은 일이 생겨 오늘 늦게 일어났고, 오늘은 쉬었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아마도 모든 직원이 이 상황에선 근무를 못 할 것 같다고 한다며 자기가 다시 한 번 해 보겠는데 어려울 것 같다’는 메시지였다. ‘이런 중요한 사항이면 전화를 해서 보고를 해야 하는 것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어 화가 났다. 하지만 베트남 사람들의 문제가 생겼을 때 특히 자기가 잘못 했을 경우나, 불리할 경우 모른 척 뒤로 숨거나 몰래 보이지도 않는 곳에 메모지를 남겨 놓거나, 메시지 달랑 남겨 놓고 알아서 처리해 달라는 식의 행동을 하는 것을 너무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은 어제 저녁에 '상황이 이 정도가 되면 전체 7명의 직원 중 두 명이나 세 명이 정상 근무를 하면 정말 다행일텐데...' 라는 생각도 했고, ‘최고참 매니저를 우리 아파트에서 같이 재우면서 이 기간을 둘이서 헤쳐 나가볼까?’라고 했는데…. 정말 모든 게 망가진 듯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한 편으로 ‘이 녀석들 봐라? 내가 혼자서 2주간 버티고, 돌아 오면 아무 말도 못하게 본 때를 보여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 그 매니저에게서 메시지가 날아왔다. ‘정 안되면 나와 자기 둘이서 이 기간에 근무를 하면서 운영을 하면 어떻겠냐고!’ 너무 기특한 생각이 들어 울컥하기가지 했다. 실은 나도 어제 저녁에 그 생각을 했고 아파트에 방이 2개이니 우리 아파트에서 이 기간 동안 같이 생활하는 건 어떻겠냐고 물었더니 너무 좋다고 한다. 이 친구의 집이 조금 멀기 때문에 지금 같은 상황에서 도로에서 검열이라도 걸리면 이상한 꼬투리를 잡을 수도 있고, 심지어 격리라도 되면 큰 일이기 때문이었다. 이 메시지를 받고 나니 오늘 하루 혼자 Full근무를 하는 것에 대해서도 힘이 생기는 것 같았다. 아침 5시에 일어나 먹은 밥 한 끼로 지금껏 버티고 있는데도 지치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은 아마도 함께 꿈을 만들어 갈 친구가 있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오늘은 아무도 출근을 안 했지만 내일 누가 또 한 명 나오고 그러면 또 한 두 명이 더 나오고 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람이 많고 적음을 떠나 희망이 있슴을 발견하였기에 행복한 경험이었다.
내가 10여년간 베트남 사람들과 생활해 본 경험에 따르면 베트남 사람들은 책임감, 의무감 이런 생각은 없는 듯 하다. 물론 가족에 대한 책임감은 한국인과 비교해 적다고 할 수 없겠지만 회사에서건, 일반 생활에선 비교가 되지 않을 듯 하다. 책임회피와 수동적인 자세는 월남전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월남전 당시에 공산당은 소위 반동 세력과 자본가들을 색출하고 자아 비판을 강요하면서 과오를 인정하면 즉결 심판, 심지어는 처형까지 진행을 하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공개적으로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몸에 배여 있다는 말을 들었고,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45년 전의 일이라고 멀다고 생각하면 아득히 먼 일이지만, 부모님 세대로부터 직접 경험하고 몸으로 체득된 사항이기 때문에 쉬이 바뀔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베트남이 경제성장 하는 만큼 제대로 발전하려면 책임의식과 진정성은 반드시 갖춰야 할 항목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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