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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프로는 아닌가?
    베트남 개괄/베트남 생활 적응기 2024. 1. 26. 11:57

     

    매장에서 식사를 하시며 경기를 관람하고 있는 모습

      매장에서 손님들과 한국의 아시안컵 3차전 말레이시아와의 마지막 경기를 보았다. 전반전 정우영의 선제골 이후, 우리 팀이 지속적인 공격을 함에도 불구하고 골은 들어가지 않았다. 전반전이 끝나자 한 테이블의 손님들은 숙소로 돌아가셨다. 말레이시아 정도는 쉽게 이길 것이고, 전반에는 골이 많이 안 나왔지만 후반에는 알아서 대승을 거두리라는 판단을 하고 가신 것이겠지!

      그런데 후반전에 들어서자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말레이시아가 후반 6분 및 17분에 한국 골망을 흔들어 전세가 역전이 되어 버린 것이었다. 관람을 하던 한 분은 쉴새없이 한 숨을 내시며, 무슨 이런 경기를 하냐며 성질을 내셨다. 나는 말레이시아의 첫번째 골은 선수가 정말 잘 한 것이니 "잘 했다!"라고 칭찬해 주면 되는 것이고 2대 1이라고 시간이 많으니 우리가 더 넣어 이길 것이라 말을 했지만 그 분은 경기가 졸작이라며 울분을 삭히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후 37분에 이강인의 슛이 골망을 흔들었고, 손흥민의 패널틱 킥도 멋있기만 했다. 3대 2의 이기는 경기였고, 비기더라도 16강 진출에는 영향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아직도 부글부글 끓고 있는 분께, 이 번 경기는 선수들 안 다치고 16강 진출해서 선전하고, 말레이시아 감독은 김판곤이니 모두 좋은 것 아니냐고 말을 건넸다. 진심 그 때의 내 생각이었다.

      내가 아마 나이가 더 많아서 그저 못 들은 척 하지 않았나 싶다.  '이전 경기에서 한 골도 못 넣은 말레이시아한테 이게 뭐냐!'며 혼잣말로 허탈해 한다. 

      후반 추가 시간이 2분이나 지났는데도 경기가 계속 지속되는 것에 느낌이 이상했는데 결국 말레이시아는 추가골을 넣어 3대3 무승부로 경기가 종료되었다. 손님들은 모두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화를 가슴에 담고 가시는 모습이었다. 

     

       숙소로 돌아가 자리에 누워 경기를 생각해 보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난 아직 프로가 아닌가?!'

      약체를 만나면 정확히 밟고 승리를 쟁취하고, 경기 또한 전쟁이니 당연히 이겨야 하는 것이여 한다. "넌 나와는 상대가 안 돼!! 꺼져"라고 하고 확실히 이겨내야 하는 것이여야 살아 남는다. 삶 자체도 마찬가지이다. 매장을 운영하는 것도 그렇고. '이럴 수도 있지... 좀 손해 보면 어때?' '좋은 게 좋은거지!' 많은 생각들이 떠올랐다.

       아직 난 처절함과 승부 근성이 없는 것은 아닌지...

     

       아침에 손흥민 선수의 경기후 인터뷰를 보았다. 말레이시아 팀은 끝까지 최선을 다했고, 좋은 결과를 가져갔다 라고 말하고 이번 경기를 계기로 말레이시아 축구가 더 발전이 있기를 바란다는 말을 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겐 매우 실망했다고 했다. 이 인터뷰 덕분에 '난 내가 프로가 아닌가?'라는 자책을 조금은 줄일 수 있는 것 같다. 나의 부족함은 인정하면서 타인에 대한 격려와 축하를 함께 할 수 있는 것. 그게 프로가 아닌가 싶다.

      아직도 난 생활자금과 전쟁중이니 처절하게 생활하고 그러면서도 주위를 함께 살펴보고 즐길 수 있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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