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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급여는 나중에 주더라도 업체 대금은 먼저 달라는 직원
    베트남 생활/베트남 직장 이야기 2024. 1. 7. 11:09

     

      올 한 해 동안 매장의 매출은 감소하는데 고정 비용은 증가하고, 원재료 대금 비중도 늘어 나면서 매월 초 급여 지급일이 다가오는 것이 무섭고 두려워 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사업을 접는 한이 있더라도 최소한 직원의 급여는 밀리지 않고 지급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부담감은 더 컸던 것 같다. 급여일이 되면 알바생들의 급여를 최우선으로 지급하고 다음으로 매니저들의 급여를 며칠 뒤로 미루면서 지급하곤 했다.

      매니저의 급여 지급을 다음 주로 미루게 되었는데 매니저가 내게 다가와서 자기의 급여는 뒤로 밀어도 되는데 채소와 고기를 공급하는 업체의 대금 결재를 먼저 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 이유인 즉, 원재료 대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원재료 공급을 하지 않겠다고 하니 매장 운영이 어려워 지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얼마나 기특하고 책임감 있는 생각인가!’라는 생각에 고맙고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급여와 원재료 대금을 확보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면서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베트남 사람이 내가 먼저가 아니고 다른 사람의 이익을 먼저 챙겨준다고??!!! 그것도 자기 급여를 뒤로 미루면서?’라는.베트남에선 커미션이라는 것이 일상이 되어 있다. ‘커미션’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몸과 생활방식에 스며들어 있는 것이다.

      매장의 고객이 식사를 하시고 귀가를 하면서 택시를 불러 달라고 하셔서 직원에게 택시호출을 시켰다. 택시가 도착하니 전화를 건 직원이 뛰어 나가길래 손님을 위한 택시가 맞는 지, 환송을 하려고 나가는 줄 알았는데 우연히 기사가 직원에게 만동 짜리 한 장을 건네 주는 것이 아닌가! ‘허…’ 그저 한탄이 나올 뿐이었다. 모든 것 하나하나에는 대가가 있는 것이었다. 

      본사에서 직접 공급을 받는 원재료가 아닌 재료를 구입할 때면 당연히 최소 5% 이상의 커미션을 바로 그 자리에서 받는 것이다. 한 달에 몇 천만동을 구매하는 경우 최소 몇 백만동은 커미션으로 주방장에게 가는 것이다. 그러하니 절대 구매와 관련된 업무는 다른 직원에게 넘기려 하지 않는다. 자기가 직접 가서 구매해 오던지, 업체에서 배달해 오도록 하는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주방 매니저가 자기 월급은 조금 늦게 지급하더라도 업체 대금을 먼저 지급하라는 행동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우선 월급은 회사에서 떼먹을 리가 없다. 그런데 업체 대금중 커미션은 이미 받은 상태이고, 그들과 관계와 신용을 유지하는 것이 자기에게 더 유용한 것이다. 베트남에서 공사를 의뢰하건 물건을 구매할 때, 직원들이 대금을 깍으려는 나의 행동에 무심한 이유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대금 견적이 더 높아야 내 손에 들어 오는 커미션이 더 커지는데 왜 그걸 깍으려 하겠는가!’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베트남 사람들 자신이 이런 것은 당연한 것이고, 부끄럽고 잘못 된 것이라는 생각을 아예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대금은 어차피 회사에서 지불하는 것이고, 개인인 자기와 업체 납품업체 및 서비스 제공업체 직원은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니 惡이 아니라 공동 善이 되기 때문이다.

      이 점이 베트남에 진출한 외국기업, 특히 한국기업들의 주재원들이나 자영업자 분들이 가장 분통해 하고, 베트남 직원들을 못 미더워 하고 감시하고 비하하는 이유인 것이다. 필자인 나도 베트남에서 주재원 생활을 9년간 하고, 소위 자영업도 5년간 운영하고 있으면서 이 문제의 현실은 알면서도 뽀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베트남 사람들 몸에 배여 있는 습성이기 때문일 것이다. 수시로 그리고 꾸준히 검사하고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직원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항상 붙어 있는 방법이 지금의 최선책으로 생각하고 있다. 참 한심한 노릇이다. ‘언제가 되어야 베트남 사람들이 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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