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사람 잡지 말라 했지만 밉기는 하네

  베트남에선 설 연휴가 다가오는 것을 두려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제조업이건 유통업이건 직원을 채용하고 있는 고용주 들이다. 설 전에 월급을 지급하여야 하고 소위 '13개월째 월급'이라고 하는 상여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그것은 일년 단위 최직 정산금인데 직원들은 그것을 설 전에 받는 보너스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다. 특히 정규직이 아닌 임시 고용직이나 수시로 이동해서 근무하는 메뚜기 직원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거기다가 정규직의 경우 년차 수당도 지급을 하여야 한다. 말하자면 고용주에게는 가장 고정비 지출이 많은 달이다. 게다가 월급 지급 이후 세배돈도 지급을 하여야 하니 정말 일 년 번 돈을 일부씩 적립해 두었다가 지불하지 않는 경우라면 보리고개라 할 수 있겠다. 

급여를 받고 즐거워 하는 직원들

   그렇게 월급, 상여금, 연차 수당, 세뱃돈 등을 지불하고 나면 더 큰 걱정이 앞선다. 이 직원들이 고향에 갔다가 다시 돌아와 정상적으로 근무를 할까? 라는 걱정이다. 실제 빈증이나 동나이 성의 봉제, 섬유 공장의 직원들은 설 급여를 받고 귀향을 하던지, 여행을 하며 즐기고는 받은 돈을 다 쓸 때까지 무단 결근을 하다가 공장에 찾아 오는 직원들도 많고 아예 퇴사를 하고 더이상 근무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전체 단순 노무자의 30% 정도가 되돌아 오지 않는다는 말도 있었다. 지금처럼 공장 운영상황이 좋지 않아 추가 근무도 없고, 휴무도 많아지고 한다면 더더욱 돌아올 이유를 못 느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그 분들의 걱정이 눈에 선하다. 

 

   공감 편의점 매장의 한 직원도 10일간 고향을 다녀 온다며 연휴 이틀전부터 출근을 더 이상 하지 않고 있다. 그래도 그 친구는 18일부터 정확히 근무를 하겠다고 하고 갔으니 조금은 안심이 되는 상황이다. 

   행차 식당에서도 주방에서 1명, 서비스 쪽에서 한 명이 귀향을 한다고 휴일에 맞춰 떠나갔다. 그런데 오늘 아침 매니저에게서 메시지가 날아왔다. 서비스 직원이 고향에서 돌아 오질 않고 근무를 그만하겠다는 것이었다.  또 주방 직원은 25일간 휴무를 하고 이 곳으로 돌아오겠다고 한다. 하지만 사전에 말도 없이 자기 편한 기간에만 일하고, 직장을 그만 둔다거나, 쉬겠다는 메시지를 받고 나니 허탈함과 배신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두 친구는 정말 밉다. 25일 후에 돌아 온다 하는데 그 전에 직원을 새로 채용해 돌아오면 '자리 없다'고 본 때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마저 든다. 

 

  고향을 떠나와 외지에서 자식들끼리 타지 생활을 하는 것이니 그 곳 부모님들의 입장에선 가지 말라 할 수도 있고, 정말 그 쪽에서 직장을 구할 수 있다면 굳이 돌아와 타지 생활을 해야 할 이유도 없다. 

  실제 우리 회사의 정말 열심히 일하던 매니저 두 명은 부모님들이 불러서 어쩔 수 없이 퇴사를 하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부모님이 새로 가게를 여니 가제를 운영하라는 말씀과 부모님의 일손이 부족하니 와서 함께 하라는 이유에 무슨 불평을 할 수 있겠는가! 그저 가서 부모님 많이 도와 드리고, 가게도 성공하길 기원해 주면서 토닥거리며 보내 주었었다. 지금도 가끔 메시지를 보내 서로 안부를 묻고, 일하러 언제든 오라고, 그러면 정말 그러고 싶은데 부모님 때문에 어렵다는 말을 들으면 '그래도 부모님 모시고 잘 살고 있어 다행이고, 고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아침부터 하일랜드 커피솝에 모여들 앉아 떠들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 중에도 직장으로 안 돌아가거나, 이번에 받은 월급으로 빈둥 빈둥 시간을 죽이며 놀 생각만 하는 년놈들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자 행복하고 부럽기만 했던 마음이 찌그러진다. 

  일전에 어느 분께서 그래서 자기네 공장은 급여, 세뱃돈 등은 그 달에 지급하고, 상여금은 연휴후에 돌아 오면 지급한다는 말씀을 하셨던 것이 기억난다. 베트남 법률에는 아마도 위반되는 것이지만, 정말 써 볼만한, 연구해 볼만한 방법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