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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원은 관계 단절이라는 큰 손실을 가슴에 담는다베트남 생활/베트남 직장 이야기 2024. 2. 28. 18:37
해외 주재원으로 나가는 것은 가장 먼저 가족과 이별을 하는 것이다. 나의 아버님은 이제 88세 어머님은 82세이시다. 베트남에 귀국 발령을 받았을 때 ‘다시는 해외파견신청을 하지 않아야지. 이제 얼마 남지도 않은 시간, 부모님과 함께 아들 역할하면서 살아야겠다’라고 다짐 했었다. 이 말을 들으신 아버님께서 설날 명절에 찾아 오신 친지분들께 “우리 정호가 부모챙긴다고 이제는 해외파견 안 간다 한다”며 자랑하시고 좋아하시던 모습이 선하다. 그나마 난 부모님을 무척이나 사랑하고 챙겨주는 큰누나 와 자형, 그리고 항상 부모님을 신경쓰고 아껴주는 작은누나와 자형이 있어 다행이지만 어찌되었건 가족들과의 이별이 가장 큰 손실의 하나이다. 어찌하여 지금은 다시 혼자 해외에 나와 가족들과 떨어져 횟수로 6년째 생활을 하고 있지만 ' '가정을 위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가 진정 손실을 모두 회복해 줄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곤 한다.
또 하나의 큰 손실은 다른 이들이 보기에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자녀들의 교육에 따른 문제이다. 우리 재현이는 2살에 중국에 와서 영어권 유치원에 다녔고, 14살 중학교 1학년을 마칠 때까지 중국와 베트남에서 국제학교를 다녔다. 그 것도 베트남의 호치민시에서 제일 좋다는 국제학교중의 하나인 SSIS(미국 국제학교), 하노이시에서 가장 좋다는 UNIS(UN 국제학교)를 다녔다. 아빠인 나는 그 걸 재현이에게 해 준 것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자랑을 했었는 데, 어느 날 호프집에서 치킨을 먹으면서 재현이가 내게 “아빠 저는 UNIS 학교 생활이 가장 힘들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예요”라는 말을 듣고 가슴이 덜컹 내려 앉았다. “반친구들중에 서양애들도 많고 베트남의 잘 사는 고위층 자녀도 많다 보니 서로 견제하고 한국친구들도 성적에만 치중해서 같이 할 친구가 거의 없어서 너무 외로웠어요”라고 하는 것이었다. “미안하다. 재현아. 아빠가그 것 까지는 생각하지 못 했네”
그 이후로는 우리 아이들의 국제학교 자랑은 꺼내지도 않는다. 아이들이 행복해야 정말 행복한 건데. 서울에 와서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에게 가끔 “아빠, 해외나가면 따라 나갈래?” 물으면 곧 바로 “싫어요. 여기 친구들 이제야 만들었는데.” “선생님도 좋고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게 너무 행복해요”라는 답변을 한다.
직원의 주재생활은 가족 한 명 한 명이 가지고 있던 관계를 단절시키는 것이고, 어린 자녀들에게는 유년시절 가져야 할 친구들을 만들 기회를 빼앗아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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