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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트남에선 시간! 떼우기만 하면 돈이 되지요
    베트남 생활/베트남 직장 이야기 2024. 3. 19. 11:30

      공감 매장 앞에서 매대를 세워 붕어빵을 팔기로 하셨던 사장님이 판매시작 하루 전날 밤에 교통사고가 발새하여 며칠간 판매시점을 늦추게 되었다는 통보가 왔다. 사람 안전이 먼저이지 싶어 걱정 마시고 사고 처리 잘 하시고 그 때 같이 판매 시작하시자고 메시지를 보내 드렸다.

      그런데 그 날 밤 붕어빵을 판매하는 직원이 나타났다. 속으로 '사장님은 안 오시더라도 직원이 혼자서 판매를 시작하기로 했나?' 싶어 나도 약속을 한 떡복이 판매를 위한 집기 등을 준비하였다. 그런데 직원은 원재료도 꺼내지 않고 그저 그 자리에 앉아 모바일을 보고만 있는 것이었다. 내가 다가가 물어보았다. "오늘 판매를 하기 시작하는 것이예요?"라고 물으니 웃으면 판매는 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장님한테 판매가 며칠 연기되었다고 말씀을 들었는데 그럼 왜 나와 있는 것이냐고 물으니 또 그저 웃으며 붕어빵 홍보를 하려고 앉아 있는 것이라고 한다. 기가 막힌다. 판매 시점도 확정이 안 되었고 홍보할 상품도 없는데 뭘 홍보하겠다는 거냐고 묻자 그저 웃기만 할 뿐 .... 그렇게 공감 매장이 문을 닫는 시간까지 앉아 있다가 집으로 돌아간다. 내가 준비한 떡볶이, 순대 등은 판매를 하지 않고 행차 매장의 고객분들께 시식용으로 제공하고 정리를 했다.

    원재료도 없이 앉아 시간을 떼우고 있는 직원
    떡복이, 순대, 오뎅 판매를 위한 집기들

      베트남 직원이 나와 자리를 지킨 이유를 안다. 매장에 나와 자리를 지켰으니 급여를 달라 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드는 것이리라. 사장이 사고가 나서 문제가 나던 말던 그건 내 문제가 아니다. 장사를 하던 말건 그것도 나 책임이 아니다. 손님들이 와서 뭘 파는 것이냐고? 지금 안 팔면 언제 팔기 시작하냐고 물어도 "그건 아직 몰라요"라고 대답해 버리면 그만인 것이다. 난 자리를 지켰고 난 월급만 받으면 그만이니까! 그리고 '얼마나 일에 충실하고 열정적인가! 일이 없어도 자리를 지키는 든든한 직원 아닌가!'

     

      오전에 매장에 나왔다가 점심시간이 지나면 숙소에 들어가 잠시 쉬었다가 저녁 근무시간에 다시 매장으로 나온다. 어느 때는 약속한 시간 보다 훨씬 일찍 나오기도 하는데 그 때는 사실 고객들이 거의 없는 시간대이다. 그래서 직원에게 내가 왔으니 오늘은 일찍 들어가도 된다고 하곤 한다. 그런데 처음에는 그 직원이 괜찮다며 머뭇거리며 자기 근무시간을 지키고 나서 퇴근을 하는 것이었다. 한 두 번 또 그런 상황이 발생했는데 일찍 퇴근을 한 후, 월급을 줄 때 급여를 확인하고는 안심을 한 듯 하다. 일찍 가도 된다고 했을 때, '일찍 가면 그 시간 만큼 그 시간급을 차감하지 않을까?' 라는 걱정이 있었는데 원래 스케줄대로 급여를 주니 그제서야 일찍 보내준 게 배려라는 것을 안 모양이다. 

     

      행차 매장은 저녁 10시까지가 영업시간이다. 사실 9시 30분이 지나면 더 이상의 고객은 없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가끔 베트남 고객들이 늦게 들어와 간단히 식사를 하고 가시긴 하지만. 그래서 난 저녁 9시 30분이 지나 손님이 없는 것이 확인되면 직원들에게 매장정리를 하고 퇴근을 하라고 지시를 한다. 눈 깜작 할 사이에 준비를 마치고 매장에는 불이 꺼진다. 처음 몇 번 다시 매장에 들어가 보니, 에어컨이 켜져 있거나, 선풍기가 켜져 있기도 하고, 고객들이 드신 식기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문을 닫고 가버린 경우가 있어 경고를 주었다. 이런 식으로 정리하고 갈 거면 무조건 10시까지 퇴근 없이 정리를 하라고. 경고 이후에야 일찍 퇴근을 하더라도 매장 정리는 확실히 하는 듯 하다. 

      그렇게 한 달에 20일 정도는 20분 이상은 일찍 퇴근을 한다. 고객도 없는데 집도 멀고 오토바이를 타고 퇴근을 하여야 하는 직원 배려 차원에서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한 달에 3~4번 손님들이 담소와 약주를 하시면서 10시가 넘도록 자리를 지키시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에는 반드시 30분이라도 추가 근무시간이 올라 온다. 물론 당연한 것이고 주어야 하는 것이지만 씁쓸한 마음은 갖는 건 어쩔 수 없다. 

     

      시간급을 받는 알바생들에겐 근무시간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정규직 직원도 추가시간을 올리는 것을 보면, 한 편으론 배려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배려는 없는 사람들인가? 라는 생각이 들면 내 배려도 줄어드는 것이 아닌가 싶어 아쉽다.

     

      시간 약속을 제대로 지키는 것을 거의 보기 힘든 베트남에서, 근무시간 약속에 철저한 모습이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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