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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벗이 있어 먼 곳에서 찾아오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베트남 일상 2024. 5. 2. 09:50
오래 같이 한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나를 보기 위해 온다며, 다음 주 항권권을 예약하였다는 것이다. 고등학교때부터 대학, 회사까지 같이 했던 친구이다. 올 해초 지방의 쇼핑몰 총책임자 임무를 제안 받고 일를 맡았다. 지방인데다 나이드신 분들이 모여사는 요양촌이니 쇼핑몰에 입주자를 찾는 일이 오죽 힘들겠는가! 입주자를 찾는 것도 몰의 시설관련 문제 해결 등 난제들이 쌓여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전화 통화를 하곤 했는데 지난 3월 29일 오픈한 내부 모습을 보내 왔다.
오픈을 진행한 쇼핑센터 내부 전경 "대단하다"며 칭찬과 축하를 해 주었다. 유통시설의 30% 정도밖에 입주자를 섭외하지 못 했는데 사장단에서 무조건 오픈을 진행하라는 지시가 떨어져 그 상태로 오픈을 진행한 것이다. 마음속으로는 '한국의 상황도 매우 안 좋다고 하더니 이제 한국도 베트남처럼 몰의 테넌트가 50%가 되지 않아도 오픈을 진행할 수도 있구나'라며 신기해 하면서도 친구가 큰 시름을 내려 놓은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하고 축하해 주었다.
그런데 바로 며칠 후 친구로부터 보이스톡이 울렸다. 직장에 사표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처음 이야기를 듣고 속으로 '배 부른 소리 하고 있네' 라고 생각하면서 "지금 안 힘든 일이 어디 있냐? 그래도 넌 그 짧은 시간에 오픈도 시켰고, 이제 조금씩 채워 나가면 되는데 무슨 하소연이야?" 라고 물었다. 그런데 친구는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가 너무 많아졌고, 생활환경이 너무 힘이 들어 몸이 갑자기 너무 나빠졌다고 한다. 혈압이 갑자기 너무 올라 180이 넘어갈 때도 있고, 몸이 너무 피곤해 무기력해 진다고 했다. 지금은 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아, 상사와 상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통보형식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서울로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두 말 하면 잔소리다. 정말 쉬는게 최상인 것 같았다. 워낙 성실하고 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는 녀석이었으니 그동안 얼마나 속으로 앓고 살았을 지 훤히 보이는 것 같았다. "그래 잘 했다. 쉬어라. 이제는 몸이 제일 먼저다"라고 위로아닌 위로로 서로 달래고 보이스톡을 마쳤다.
그랬던 친구가 갑자기 베트남에 와서 골프나 같이 치면서 마음을 추스리겠다고 한 것이다.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벗이 있어 먼 곳에서 찾아오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그런데 친구의 전화를 받은 다음부터 마음이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방 청소를 다시 해야 할까? 이불은 오기 전 날에 빨고... 집안 여기 저기를 둘러보니 먼지가 구석구석 둥지를 틀고 있다. 화장실의 휴지통도 치우고 닦고 말리고, 주방 서랍도 열어 사용하지 않는 집기가 오래된 음식물 들을 버리고... 분주해 졌다
나도 백화점 근무를 할 당시, 회사에서 깔끔하기로는 누구 못지 않았다. "와우! 한 팀장님 자리는 누가 근무 안하는 곳처럼 깔끔해요!!"라고도 하고 정리정돈에는 한 끝한다는 소리도 들었는데. 그래서 여기서도 혼자 살면서도 나름 깔끔히 청소도 하고 자주 정리도 한다고 했었다. 그런데 2년 전 이 친구가 나의 숙소에 왔을 때, "야! 집이 왜 이렇게 지저분하냐!" "화장실 바닥이 이게 뭐냐?" 등등 내 속으로 놀랄 정도로 숙소의 여기저리를 지적하는 것이였다.
게으름은 곧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다. :: 베트남 바로 알기 (tistory.com)
게으름은 곧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다.
게으름이라는 단어는 편하다는 뜻과 통할 수 있으며 이것에 익숙해 짐은 고객과의 거리가 멀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장 내에서의 취식, 편안한 자세, 편안한 복장… 이것이 고객이 멀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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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항공권을 예약했다는 말을 들은 다음부터 냉장고 안도 다시 보게 되고, 싱크대도 다시 한 번 닦고, 식기들도 정리하고 정돈하기 시작했다. 화장실 바닥에 세제도 뿌려 놓고 나왔다가 저녁에 들어가면 닦아내고. 어제 밤에는 침대 밑을 마대 걸레로 몇 번이고 다시 훔쳐냈다. 에어컨의 바람 출구도 닦고... 그렇게 보니 정말 지저분한 것들이 여기저기 보이기 시작한다.
친구가 온다하니 나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고, 게을러진 내 모습도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조금씩 더 깨끗해 지는 숙소의 모습에 혼자만의 미소가 피어난다.
멀리 있는 친구가 찾아 오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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