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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 인민들 가슴속의 깊은 골, 남북한보다 더하다.
    베트남 개괄/베트남 생활 적응기 2024. 1. 12. 10:23

     

      베트남은 항미전쟁(1955~1975)이 끝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한국 전쟁과 같은 동족간의 전쟁이기 때문에 그 골은 더욱 깊을 수 밖에 없고, 서로에 대한 불신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두 지역의 사람들과 생활해 보면서 겪은 그들만의 반목과 불신은 생각보다 진하고 깊은 것이었다.  '하노이는 정치적 수도, 호치민은 경제적 수도로 베트남이 크게 두 개로 나뉘어 발전하고 있다' '하노이 사람들은 보수적이고 정치적이며, 형식을 중시하는 반면 호치민시 사람들은 개방적이고 소비지향적이다' 라는 정도도 남과 북이 융화될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있슴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 그것이 전쟁을 겪은 세대들 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에서 더 강하게 발견된다는 점이 신기하기만 했다

      호치민시에서 근무하던 직장의 부사장님은 직접 북쪽의 공산당과 싸우던 세대였고한 직원은 초등학생 때 전쟁을 겪은 사람이었다. 그 직원은 소위 보트비플로 외국으로 탈출하는 배에 올라 탔다가 2번이나 붙잡혀 수용소에 있던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그 사람들이 북쪽 사람들을 싫어하고 나아가 증오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나마 지금 나라를 개방하여 자본주의 시장경제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어쩌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있었고, 결국 나이가 많으신 분은 내가 한국에 들어가 있는 동안 미국에 있는 친척들에게로 떠나셨다는 말을 들었다

      얼마 전 공항으로 가는 택시안에서 만난 기사님도 현재 공산당의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공산당 때문에 이 나라 발전이 더디다고 하시는 말씀을 들으면서, '이제는 공개적으로 공산당을 반대하고 비판할 정도가 되었구나'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다

      내게 베트남어를 가르쳐 주고 있는 학생의 말을 들으면서 다른 '강한 깊은 골'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물론 젊은 청년들이 표현에 더 자유롭고 자신감에 차 있을 수도 있겠지만 내면의 남북의 갈등은 치유될 수 없는 그런 것 같았다이 청년은 잘못된 것이 있으면 그 이유가 다 공산당 때문이었다공부를 해서 미국을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이유가 공산당 때문이고청탁이나 부패가 심한 것도 다 공산당 때문이다. 심지어 내가 "베트남어 공부를 할 때 베트남어에는 띄어쓰기가 없어서 단어와 문장 사이 구분이 안되어 있어 공부하기 어렵다"고 하자, 그것도 1975년 전쟁후 공산당이 한 정책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는 말을 듣고 무척 놀랐다. (정확한 시기를 확인해 보아야 하겠지만 전에는 한 단어사이에 '-'를 넣어 구분이 쉽게 되었다고 한다  공부를 하다 말고 난 그 청년에게 사고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내가 남을 싫어하면 그 사람도 반드시 나를 싫어하게 되고 서로 반목하면서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는 말을 베트남어로 만들어 설명하면서 수업시간이 다 써 버린 적도 있다. 전쟁에서 패한 약자의 설움이라고나 할까? 빼앗긴 것도 서러운데, 지금도 차별을 받고 있는다는 생각. 적들 때문에 발전하지 못한다는 일종의 자위 랄까?

     

      한국의 인터넷 기사에 나도 가끔 댓글을 달기도 하고 댓글들을 보기도 한다. 누가 한 것이면 무조건 좋은 것이고, ‘누가 한 일이면 무조건 죽일 놈, 처벌받아야 할 짓이라는 식의 댓글들을 보면서 우리도 내부적으로 또 하나의 깊은 골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생긴다. 한국과 베트남의 위정자들은 이런 상황을 알고 있는 것일까? 알면서도 자기의 안위를 위해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는 무엇보다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것을 모두가 인식해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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