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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하직원이 내 말을 안 들으면 바로 짤라요. 그런 직원 데리고 일 못하지!”
    베트남 개괄/베트남 생활 적응기 2024. 1. 12. 10:22

      얼마 전 지인이 내게 한 가지 부탁을 하셨다. 호치민에 사무실도 있고 집도 있는데 코로나를 피해 이 곳의 둘째 부인(?) 집에 와 계시고 있었다. 한국에서 핸드폰을 하나 선물로 보내려고 하는데 여기서 받아야 하니 우리 공감 매장 주소를 사용해도 되겠냐고 물으셔서 그 정도의 편의쯤이야 하고 기꺼이 도와드리기로 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서야 내게 UPS로부터 이메일이 날라와 확인해 보니 기기의 사양이나 구매가 사용처 등을 베트남어로 설명해서 보내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 고객께 내용을 전달해 드렸더니 이 번엔 당신은 베트남어도 못하고 영어도 잘못하니 우리 매니저를 시켜 답신을 만들고 핸드폰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을 하시는 것이었다. ‘아 괜히 도와준다고 했다가 번거로운 일이 생겼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보도 모두 한국어로 되어 있는 것이니 어차피 내가 해야 할 일이고, 다시 매니저를 통해 두 번 작업을 해야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도와드리기로 했으니 끝까지 도와드려야지라고 마음을 다시 잡고 매니저에게 작업을 요청했다. 시간이 흘러 갔다. 다음 날 오후가 되어서 보고가 없길래 매니저에게 어제 부탁한 작업 했냐고 물어보니 그제서야 자기는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라는 한 마디를 던지는 것이었다. 기가 찼다. ‘자기 일도 아닌데 부탁한 내가 잘못이지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못하겠다고 보고는 해야지! 이 녀석아!’라는 생각을 가졌지만 입에는 올리지 않았다. 돈치킨의 주방장이 떠올랐다. 내가 무언가 주문을 하면 더 많이 생각하고 뭔가를 해 보려는 친구이다. 내용을 설명하니 바로 내 옆으로 와서 메일 쓰는 것을 도우며 UPS에 메일을 보내고 담당자와 통화를 하기 시작했다

      다음 날 고객은 매장에 와서 핸드폰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물어 보았다. 매니저가 미루는 것 같아 주방장에게 부탁해서 처리를 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씀 드리자 내게 바로 직원이 내 말을 안 들으면 난 바로 짤라요. 그런 직원 데리고 일 못하지!”라고 하는 것이었다.

     

      물론 내 직장의 직원들이나 부하들이 나의 말을 철석같이 따르고 시키는 대로 해 준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이 곳의 직장 문화는 한국의 직장 문화와 다르다는 것을 말한 바 있다. 그렇다고 해서 베트남에 왔으니 무조건 현지인들이 원하는 대로만 이끌어 나갈 수도 없다. 최대한 그 간격을 좁히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고, 내가 원하는 방향과 달리 움직여 질 때 그들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 내가 화를 내는 빈도도 작아지고, 화나는 크기도 작아질 수 있는 것이다일도 제대로 안하고 빈둥빈둥 놀고 있으면서 시키는 일도 안 하네가 아니라, ‘이 일은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니 저 친구가 도와주면 정말 고마운 것이고 안 도와줘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라고 생각하면 그 뿐인 것이다.

     

      일전에 코로나 예방 백신을 맞아야 하는지 안 맞아도 되는지를 가지고 우리 딸과도 언쟁이 있었다. 내 딸마저도 내 마음대로 못하는데 어찌 보면 아무런 관계도 아닌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도리어 내가 화를 낼 수 있는 자격은 없는 것이다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도움을 주고 받으며 서로의 마음에 공감하고 소통하는 것이 베트남에서 현지인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요청하고 도와주면 감사해 하고, 그게 모두 행복한 삶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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