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알쏭달쏭 8.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다? 베트남베트남 개괄/베트남 생활 적응기 2024. 1. 12. 10:22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과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시는 분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씀이 있다. “이 놈의 나라는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다’ 이다. 같은 일인데도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이런 말들이 생겨난 것 같다.
호치민시의 대통령궁 호치민시 중심부에는 옛 남사이공의 대통령 청사였던 대통령 궁이 있다. 항미 전쟁의 마지막, 헬리콥터로 마지막 미국인들이 탈출을 감행해 관광지로도 유명한 명소이다. 하루는 청사의 중안 전면에 아파트 분양 광고가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보고 깜작 놀란 적이 있다. ‘아! 저 곳에 저런 광고를 할 수 있다니. 대단히 정부와 관계가 좋은 그룹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보면 그룹 차원에서도 단순 분양 광고가 아닌 정부와의 관계를 자랑하고 홍보하는 노림수였을 수도 있겠다. 그 때 사진을 찍어 놓지 못한 것이 지금도 아쉬움으로 남아 있는데 그 후로는 그런 광고 플래카드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역사적인 사진일텐데…
또 다른 사례이다. 호치민시에는 또 하나의 관광명소 중에 하나인 오페라 하우스가 있다. 그 역사적인 건물에 베트남의 커피전문점 하일랜드가 매장을 만들어 오픈 한 것이다. 일반 기업이었으면 그 곳에 입점 허가를 받기를 엄두도 내지 못 했을 것이다. 이 기업은 비엣끼에우(베트남 해외교포를 이르는 단어)가 베트남으로 귀국해서 창업한 커피 전문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개혁개방 이후 조국으로 돌아와 현대식 프랜차이즈를 만들어 성공시킨 대표 사례로 꼽힌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호치민시 1군 오페라 하우스 호치민시에 있는 오페라 하우스 전면 / 후면 하일랜드 전경 한국 기업에서 결재를 진행하는 경우 ‘회람’이라는 절차가 존재한다. 해당 업무에 대해 관련 부처에서 내용을 확인하고 동의를 표하거나 일부 제안사항이나 유의사항들을 기입하여 실행부서에서 참고하게 하는 절차이다. 만약 어느 부서에서 반대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그 결재안은 반대 의견이 반영되어 올라 가는 것이 아니라 실무자간 협의 및 조정을 통해 새로운 기안서를 올려 합의를 거쳐 최종 결정을 하게 된다. 회람의 경우는 서명이 없게 되면 무시하고 결재가 이루어져 업무가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베트남에서는 이런 상황이 불가능하다. 모든 관련 부서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결재 처리가 되어야 실행이 이루어지는 만장일치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일화이다. 2009년 9월 30일 호치민시의 중심가에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투자한 금호 아시아나프라자의 준공식이 있었다. 이 자리에는 그룹의 박찬법 그룹 회장이 직접 참석했고, 호치민시에서는 '응우웬 쑤원' 푹투자기획부 장관, '레 훵' 호치민 시장, '임홍재' 주 베트남 대사 등 한·베트남 각계 인사들이 참석한 대형 프로젝트이며 행사였다. 당시로서는 호치민 시내 중심에 5성급 호텔, 아파트, 오피스, 상가 등의 최고급 복합시설 갖춰진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 중의 하나였다. 그렇게 십 여년을 넘게 추진해 겨우 완성한, 양국의 대형 프로젝트 착공식을 하는데, 뒤에는 한가지 에피소드가 있었다.착공을 선언하기 위해 허가증이 발급되어야 하는데 착공식을 하기 하루 전날까지 한 부서에서 결재를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 부서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한국같았으면 서명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 알려지면 바로 부서장이 짤릴 정도의 아무 힘도 없는 부서였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 부서장은 끝까지 이유 설명도 없이 결재를 하지 않았고, 그래서 금호 아시아나 그룹의 임원들이 그를 모시고 전날 오후부터 착공식이 있는 날 아침까지 술을 같이 하고 당일 아침에야 사인을 얻어 냈고 착공식이 무사히 진행되었다는 일화가 있다. 사회주의 국가 베트남에서 지위고하 없이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을 늠름하게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겠다.
이렇듯 베트남에선 안 되는 일도 많지만 예상외로 안 되는 일을 성사시키는 경우도 많다. 어찌 보면 '더 기회의 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과 베트남에 또 하나 통용되는 말이 있다. ‘정부에겐 정책이 있고 우리 인민에겐 대책이 있다’라는 것이다. 이 말이 진정으로 안 되는 일도 되게 만들 수 있는 상황을 정확히 표현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728x90'베트남 개괄 > 베트남 생활 적응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북 인민들 가슴속의 깊은 골, 남북한보다 더하다. (0) 2024.01.12 재력이 결혼의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 (0) 2024.01.12 “부하직원이 내 말을 안 들으면 바로 짤라요. 그런 직원 데리고 일 못하지!” (0) 2024.01.12 베트남, 음기의 나라 (1) 2024.01.11 야! 너 웃어? 지금! (0) 2024.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