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여기는 샴푸 안 파세요? 갖다 놓으면 많은 사람들이 사 갈 텐데요.”

  하루는 한 손님이 매장에서 상품을 고르시다가 “사장님 여기는 샴푸는 안 파네요. 갖다 놓으면 저도 그렇고 저희 기숙사에 있는 직원들도 많이 살 겁니다. 얼마 전부터 회사에서 공급해 주지 않고 개인이 구입하도록 했기 때문입니다”라고 제안을 해 주셨다. “네 알겠습니다. 업체에 제고 등 확인해 보겠습니다.”라고 답변을 드렸지만 그리 탐탁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실제 샴푸를 갔다 놓으면 이 사람도 안 올지도 모르고, 무엇보다 샴푸는 종류가 많아서 준비해 놓은 상품을 안 살 수도 있고, 그럼 재고로만 남을 수 있지’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co.op mart에 가면 샴푸는 종류도 많은데 왜 꼭 여기서 사려고 하는 거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샴푸를 찾는 고객이 두 명, 세 명이 있었기에 업체의 재고를 확인하고 한 종류를 갖다 놓았는데 놀라울 정도로 상품이 빨리 팔려 나갔다.

샴푸, 칫솔, 치약 등의 생필품 전시 상황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종류도 한 가지밖에 없는 데 왜 이 상품을 사가는 것일까?’ 코로나 19 사태로 지역간 봉쇄가 강화되고 주변 마을이 하나 둘 출입구를 테이프로 칭칭 감아 진입을 불허하기 시작했다. Co.op mart를 들어갈 때도 매 번 인적 사항을 적고 체온을 측정한 후에야 매장에 들어 갈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내 머리카락 새치가 드러나기 시작하여 마트에서 염색약을 사야 하는데 이런 절차를 거치는 것도 귀찮고, 무엇보다 고객중에 의심환자가 생기면 불려가 검사도 받고 최악의 경우 격리 조치를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며칠을 미루다가 하루는 오픈되는 시각에 찾아가 염색약을 사 온 경험이 있다. 이 곳에서 샴푸나 치약, 칫솔 등을 찾는 고객들도 아마 그런 마음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객들에게 지금은 가격보다도, 어떤 종류의 상품을 선택하여야 하는가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편리성과 접근성인 것이다. 지금의 상황은 더 많은 상품들을 준비해서 고객들에게 제공하려는 마음을 가져야 할 상황인 것이었다. 누군가 전에 내게 하신 말씀이 다시 떠올랐다. “매장에 반찬가게와 고기류, 과일을 판매해 보면 어때요?” ‘왜 지금까지 난 매장이 작다고만 생각을 하고 있을까?’ ‘왜 반드시 매장다운 새 매장이 있어야만 그런 상품들을 취급할 수 있다고 고집하고 있었지?’ 지금 코로나 사태로 매장을 하나만 운영하다보니 이 매장이 바로 그걸 취급하는 매장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고객이 필요한 상품을 공급하는 것 그게 나의 의무라면 그걸 실현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나의 임무인 것이다. ‘위기는 기회이다’ 정말 발상의 전환을 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신 것에 다시 한 번 감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