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가장 꿈튼 곳 중의 하나, 그것은 은행

  중국의 개혁개방을 표본으로 삼아 개혁개방을 진행하고 있는 베트남. 중국에서 실행해 보고 문제가 없다고 판명이 났다 싶으면 그대로 따라 하고 있는 듯 하다. 재산의 사유화도 그렇고 아파트의 외국인 매입 허가 및 등록 절차 등을 보면 베트남의 정책들은 15년 정도의 간격을 두고 진행되고 있다. 중국이 개혁개방을 하면서 가장 마지막까지 경계를 하고 오픈을 하지 않는 시장중의 하나가 금융시장이었다. 베트남도 지금 금융시장에 대한 개방을 표방하면서도 여러 가지 감시와 제재 그리고 통제로 외국계 금융기관들의 진출을 경계하고 있는 현실이다. 떠나고자 하는 옛 연인의 바지가랑이를 붙들어 쥐고 질질 끌려가는 모양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은행안에서 돌아가는 모습은 이것보다도 더 느려 은행에 일을 보러 들어오면 수행을 해야겠다는 생각까지 들게 하곤 한다. 그래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내가 일부러 은행에 가는 일은 적다. 하루는 오전에 물품 대금을 이체 하기 위해 직원에게 은행에 가서 현금을 입금하라고 지시를 하였다. FORBS 회사의 주거래 은행은 Vietcom Bank인데 이 직원은 왜 같은 거리에 있는 Vietcom Bank를 안 가고 Techcom Bank에 갔는지 모르겠지만 그 은행을 통해 우리 회사 통장에 송금을 했다고 송금 전표를 내게 보여 주었다. 역시나 그 날 업체에 대금을 이체 하지 못 했다. 은행에서 서류를 입력하고 이상 유무를 확인한 후에야 은행간 이체가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터넷 뱅킹을 하면서도 상대방의 계좌의 이체 정보가 하나라도 틀리면 이체가 안 된다고 한다. 예를 들면 계좌 번호는 있는데 지점을 몰라 생략하면 이체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내 통장쪽에선 이체를 한 것으로 나와 이체 확인서를 상대방에게 통보했는데 그 쪽에선 입금이 안 되었다고 하는 것이었다. 다음 날 오전에도 우리 통장에서 대금이 빠져 나가 있었고, 상대방은 받지 못한 상태였는데 오후가 되어서야 입금이 확인되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심지어 계좌 번호를 잘못 입력하였는데도 우리 통장에선 대금이 빠져 나가 있고 수취인 계좌와 다른 경우에는 보통 이틀 또는 삼일이 지나서야 회사 통장의 재입금이 되는 것이었다. 이체를 시도 했기에 수수료는 빠져 나가고, 그 돈은 이틀 뒤에야 되돌아 와 입금되고 다시 송금하는데 또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상대방이 긴급하게 필요한 돈이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금액이 크다면 어떻게 대처할 수 있었을까? 생각하기도 싫은, 그런 낙후되어 있는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며칠 전 한국계 은행에 현금을 찾기 위해 방문하였다. 코로나 방역지침이 있다고 하긴 하지만 다른 은행들은 고객들이 들어가 업무를 처리하는데 여기는 유독 고객이 못 들어가게 하고 밖에서 서류를 적어 제출하고 인출에 필요한 비밀번호까지 경비원을 통해 전달해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었다. 지점장을 알고 있기에 들어가 따져 보려 했다가 ‘회사 전체에서 하는 일 일텐데…’라는 생각에 의자에 앉아 서류를 작성하고 경비원을 통해 은행 안으로 들여 보냈다.

KNG Mall 전경

  안 그래도 이 지점은 오픈 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아 수습사원도 많아 업무 처리 속도가 느린데 또 중간에서 경비원이 왔다 갔다 하면서 업무를 처리하니 시간이 더 길게만 느껴졌다. 중간에 비자가 변경되었다며 이번엔 직원이 나와 내 임시 거주증을 핸드폰으로 찍어가는 것이었다. 비밀 번호와 임시 거주증 등의 중요 정보를 경비원을 통해 전달한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어디보다 칸막이 등으로 분리조치가 되어 있고 모두들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이런 조치를 유별나게 취한다는 생각에 ‘은행권은 정말 아직 고객을 ‘을’ 로 생각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금융권의 개방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고객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가짐부터 갖도록 하는 은행 내부의 개혁이 먼저 이루어 져야 할 것 같다. 베트남에서 은행 관련 업무를 보는 것은 달갑지 않은 일이며 더 많이 조심해야 하는 업무 중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