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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중의 갑 주방장, 고객보다 위에서 군림베트남 생활/코로나 극복기 2024. 2. 1. 19:02
갑중의 갑 주방장, 고객보다 위에서 군림 : 누가 처음 이렇게 가르친거야!
매장을 세 분이 함께 자주 방문하시는 고객이 있다. 항상 셋이 저녁을 드시면서 반주를 함께 하고 내기를 해서 귀가하기 전에 한 분이 스넥이나 아이스크림 등 주전부리를 사 가시는 분들이다. 내기에서 지신 한 분이 계산을 하시면서 “지난 주에 돈치킨에서 치킨을 시켜 먹었는데 세 명 모두 하루 종일 설사를 했어요” 라고 하시기에 놀란 표정을 지으며 “아 그러세요? 어쩌죠?”라고 말씀 드리자 “그래서 요즘 안 시켜 먹고 있어요”라고 웃으며 말씀하셨다. 옆에 두 분도 한 마디씩 거든다. “그 날 힘들었어요” “치킨이 문제가 있긴 분명히 있었던 것 같은데…”라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주방장에게 원재료를 다시 한 번 확인해 보라 하고 요리전 체크를 단단히 하도록 다시 교육을 시키겠다고 말씀드렸다. 요즘 방역 16호 조치로 치킨 등 원재료의 배송 주기도 2주에 한 번으로 늘어 났고, 판매량도 많지 않아 원재료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번득 머리를 스쳐 갔기 때문이다. 고객에게 치킨 원재료 검사를 다시 한 번 하고 치킨을 다시 한 번 무료로 제공해 드리겠다고 말씀드리자 “아니예요. 다음에 속 건강해 지면 다시 시켜 먹지요. 원재료 체크나 한 번 다시 시켜 주세요”라고 말씀하시며 매장을 나가신다.
한국 같았으면 대형 클레임인데 이곳에선 한국분들도 베트남 생활에 적응이 되신 것인지, 한국 사람에 대해 동병상련이랄까? 현지인들 데리고 생활하는 게 어렵다는 것을 아셔서 베푸는 것인지 많이들 이해해 주시고 넓게 양해해 주시니 항상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우리가 고쳐야 할 건 고치고 개선해야 할 건 빨리 개선하는 것이 진정 법인명처럼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노력하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돈치킨 매장으로 이동하여 주방장을 불러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원재료가 배송주기도 길어 졌고 상품 판매도 줄어 든 상태니 원재료 관리를 좀 더 철저히 해야겠다고 말을 했다. 그랬더니 나를 빤히 쳐다 보면서 눈이 동그래 졌다. 언제 무슨 치킨을 먹은 것인지를 따져 물으려 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요즘 상황이 그러하니 좀 더 원재료 체크에 신경 쓰라고 한 말이라고 하자 ‘자기는 매일 치킨 원재료 체크를 하고 쿠킹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었다. 아예 한 술 더 떠 지금 자기가 쿠킹을 할 테니 Mr. Han이 한 번 먹어 보고 원재료에 이상이 있는지, 원재료 관리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해 보라고 하는 것이었다.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마음을 가다듬었다. 내가 지금 화를 내 봤자 ‘지가 또 화를 내면 어쩔 건데!’ 하고 그냥 지나쳐 버릴 것이고, 큰 소리로 화를 내면 직원들도 있는데 둘 다 머쓱해져 버리고 실제 해야 될 원재료 관리는 뒷전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본사에 다시 한 번 연락해서 방역지침도 완화되었으니 배송 주기를 좀 앞당길 수 있는지 확인해 보고난 후 결과 보고 해 달라고 지시하고, 아침마다 원재료 다시 한 번 체크해서 이상 있으면 바로 보고하고 폐기할 수 있도록 하자고 말하고 매장을 나왔다.
생각할수록 화가 났지만, 호치민 돈치킨 본사에서 교육받고 오래 동안 근무하고 나름 성실한 것을 알고 있는 직원이기에 맡겨야 한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괘심하다’는 마음도 가시지 않는 게 사실이었다. 고객의 정당한 클레임을 제대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음식 요리에 대한 자부심 만으로 꼰대짓을 하는 것 같아 그렇게 가르친 본사마저 얄미운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도 중화요리 매장, 일식 횟집 매장의 주방장의 꼰대는 많이 들어 본 것 같다. 무슨 대단한 자기만의 큰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기 없으면 아무 것도 안되니 건드리지 마라는 등의 행동들을 한다고 들었는데 이 직원도 '나쁜 것은 제대로 배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롯데리아와 롯데백화점에서 20년을 근무한 나로서는 ‘서비스’ 위에 ‘상품’이 있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 고객이 원하면 그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는 것인데 내 음식은 누가 건드릴 수 없는 것이라며 자기 방식만을 고집하고 꼰대를 부리는 모습들을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내 마음대로 사람을 바꿀 수는 없는 것. 내가 비위를 맞춰서라도 고객의 Needs에 맞게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것이 나의 임무이며 의무라는 생각이 든다. 이 곳 베트남이 클레임이 그리 심하지 않고 특히 베트남에 나와 있는 한국분들이 더 많이 이해해 주시고 배려해 주신다는 것에 더욱 감사하며 나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발전의 밑거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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