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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사태로 드러난 의료 환경과 두려움이 많은 시민들
    베트남 생활/코로나 극복기 2024. 2. 19. 18:40

      소위 16호 방역 봉쇄 조치의 연장이 확정된 어제 저녁, 매장 문을 닫으려 하는데 돈치킨의 매니저가 찾아와서 말했다. 내일부터 여자 매니저가 출근을 할 것이며, 자기는 해제가 된 이후 돌아와 업무 인수인계를 해 주고 일을 그만 두겠다고 한다. 왜 일을 그만두려고 하느냐고 묻자, “무서워서 더 이상은 일을 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답한다. 하기야 요즘 호치민에서는 매일 수 십, 수백 명이 생을 달리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바 있고, 이해도 간다. 지금까지 나와서 일을 한 것만 해도 대단하고 고마운 일이라 생각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마을이 도로를 간격으로 모두 통제 되어버린 상태

      올해 초 코로나가 다시 확산되기 시작하였을 당시, 거리를 다니는 베트남 시민들의 모습만으로 사태가 발생하고 있구나를 쉽게 인지할 수 있었다. 호치민 시내에 확진자가 발생하기 시작하고 일부 지역이 격리에 들어갔다는 말이 나오기도 무섭게 이곳의 주민들은 나와서 거리를 걸어 다닐 생각조차 하지 않는 듯 했다. 주민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쇼핑몰의 Beon BBQ 점포는 일찌감치 문을 닫고 아예 자진해서 영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물론 아르바이트생이나 직원들이 그리 고급진 지역에 살지 않기 때문에 여러 곳에서 직원들이 출퇴근을 하였다가 한 명이라도 걸리게 되면 큰 화를 입을 것이라는 걱정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래도 영업을 하는 사람이 임차료나 전기료 등 고정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모두 포기한다는 것은 그만큼 코로나를 무서워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베트남 주민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은 자기의 몸이 튼튼하지도 않고 혹여 확진이 되면 그저 죽을 수 밖에 없겠다는 공포감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병원에 입원해 보지 않은 상태라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루에도 수십, 수백명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다고 하니, 의료 상황은 정말 믿을 수 없을 수준임은 분명한 것 같다. 한국 분들이 이 곳 병원에서 두 분이나 운명을 달리 하셨다는 말씀을 듣고, ‘외국인도 이런 상태이면 현지인들이야 어떻게 조치하겠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 현지 주민들이 스스로 격리를 자처하고 집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는 이유를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10여년 전 일이다. 딸내미 재현이가 갑자기 배를 움켜 쥐고 죽겠다는 듯 아파하기에 인근의 FV 병원(프랑스 국제 병원)에 데리고 갔는데 검사를 한 의사가 자기들은 이유를 모르겠다며 호치민 최고, 최대의 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받아 보라며 앰블런스로 재현이와 나를 이동 시켰다. 앰블런스를 타고 약 40분의 거리를 달려 가는 길은 멀기만 했다. 한편 나도 한 번 타보지 못한 앰블런스를 타고, 그것도 뒤에 누워 있는 이제 8살짜리 딸내미가 국제 병원에서도 조치가 안 된다는 말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고 멍한 느낌만 가졌던 것 같다. 그렇게 도착한 병원은 호치민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제1 야전 병원이었는데 4~5분의 의사들이 우리 재현이를 진단 하더니 관장을 해야겠다며 아이를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가더니 언제 아팠냐는 듯이 멀쩡히 내 눈 앞에 나타나 주었다. 재현이가 변비가 심해져 배가 아팠다는 것이었다. 어쨋거나 의사님들에 깊은 감명과 감사한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 왔던 기억이 난다. 의술과는 별개로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장면이 있다. 응급실 쪽으로 들어 갔었는데 그 곳에는 몇 개의 침상들이 있었고 저 바닥으로 물이 흘러 가는데 그 곳에 쥐 한마리가 그 곳을 통해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베트남 최고의 병원이 이 정도 수준이었으니!’ 10여년 전의 일이니 아마도 지금은 많이 개선되고 위생적으로 변했을 것이다. ‘하지만 의료 기술이야 그만큼 발전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 현지 주민들의 코로나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실제로 방역 조치가 내려진 다음 직원들에게 회사에서 출퇴근 확인서를 발급해 주었는데도 실제 출근을 한 직원은 매니저 단 한 명이었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부모님이 상황이 위급하니 절대 집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못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일상에서 그렇게 큰 소리를 치고 온 세상이 자기 것이고 자기 하나 하나가 제일 힘이 센 것처럼 행세하던 이들도 이 사태에는 어디에 있는지 한 명도 보이지 않고 거리가 조용하기만 하다. 한 두 명이 그런 생각을 갖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을 하다 보니 매장에 출근을 하라고 말하는 것 마저도 부담이 되기 때문에 어떠한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나 혼자 또는 매니저와 이 시간을 헤쳐 나가기로 마음 먹었다. 현지 주민들이 이렇게 열성적으로 방역 규칙을 따라 주고 격리도 철저히 진행해 주고 있는데 어디서 이렇게 뚫리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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